다잇소


[비즈니스] 닭볶음탕 한그릇의 가르침

2017.05.04
옛날 이야기를 자주 한다는 것이

나이 먹어가는 증거라 하던데

요즘 무슨 말을 꺼낼 때 마다

기억 저편의 어딘가에 있을 듯 말듯한 작은 추억을 토대로

말을 시작하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작은 추억이

대화 하는 이와 함께 만든 것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혼자만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는 것은

정말 老티 나는 진부함으로 상대방에게 느껴질 것이 분명할테죠.

 

하지만 그 진부함이

이렇게 다잇소에 글을 남기게 되는 원천이 되고

키보드에 손을 얹을 수 있게 용기를 주는 힘이 되며

저와 우리 350여 직원들과의 하나의 작은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기도 하니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또 하나의 옛날 이야기로

오랫만에 다잇소에 짧은 글을 남겨 보고자 합니다.

(사실 서두가 긴 것에 비해 내용은 없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0년

신입사원으로 국민은행 전산센터 국외점포에 처음 발령 받았던 때 입니다.

 

그 당시 국외점포팀의 짱은 이학술 과장님이셨고

정말 까마득한 선배로 감히 말도 못걸었던

우종원 대리님(이하 우대리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매일 혼나는 게 일이었던 시절이라

출근 할 때 마다 그날 하루가 어떨지 걱정되어

발걸음도 무겁고

종일 침이 바짝 바짝 마르던 때였는데요.

 

많은 선배님들 중에서도

우대리님이 가장 무서웠는데

고전적으로 표현하자면 말 그대로 “호랑이 같은 선배”셨습니다.

 

그래도 시긴이 흐르니까 대화도 조금씩 하게 되고

수 개월 옆에서 뵈니

엄하기도 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사에 조예가 깊으신 듯 하고..ㅎ

요리도 무척 잘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개인적으로 작은 미션이 하나 있었는데

친구들과 MT(요즘엔 캠핑?) 가서 해 먹을 음식으로

“닭도리탕” 만드는 법 배우기 였습니다.

(닭볶음탕이 맞는 표현이겠지만, 저는 옛날 닭도리탕이라는 표현이 더 좋아서 그냥 그렇게 쓰겠습니다)

 

나름 곱게(?) 자란 터라

이 거한 요리를 어떻게 만들지 까마득 해 하고 있었습니다.

블로그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라

검색해도 뾰족하 답을 찾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분위기 괜찮은 날

조용히 우대리님께 여쭤봤습니다.

“저..대리님?”

“닭도리탕 만드는 법 좀 알려주세요”

 

업무 외적인 쓸데 없는 질문을 한다는 생각에

혼날 각오를 하며 물어 봤는데,

걱정과는 달리 우대리님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

“그거?”

“그런(간단한) 음식 만든 데 방법이 어딨냐?”

“그냥 이런 저런 재료 넣고 대충 하면 돼” 하는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안혼났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뭐 전혀 설명이 없네..”하는 서운함이 교차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어머니들께 요리 비법을 여쭈면

“적당히 하면 된다는” 답과 다를 바 없는 高手적 표현이었습니다.

계량화된 레시피를 알려 주실꺼라 기대 했던 제게

“대충 만들면 된다”는 표현은 막연함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싱거운 대화 이 후,

우대리님과 그 “닭도리탕”에 대한 추가 대화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여기 저기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결혼도 하여

주방과 점점 친해 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닭도리탕을 여러 번 시도하게 되었고

뭔가 “감”을 잡아가게 되어

어느덧 닭도리탕은 접대용으로 제게 가장 자신있는 음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들 맛있다 칭찬 해 주어

제 어깨를 으쓱하게 해 주는 고마운 요리가 된 것이죠.

 

어느날

한 친구에게

본인도 만들어 보겠다고 어떻게 하면 되냐는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제가 했던 말

“이 거?”

“이 게 뭐 별거냐? 그냥 재료 대충 넣고 하면 돼”

 

엇?

내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신입사원 시절이 오버래핑 되며, 우대리님이 했던 말 그대로 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그 때 우대리님의 답변이

오답이 아닌,

정답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그 때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대충”이라 표현했지만

그 말의 뜻은

“시간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축적해야 알 수 있다는 것” 이란 것을

그 때서야 알게 된 것이죠.

 

어른들이 일상 적 대화를 통해 가르쳐 주고 싶어하는 것들

학교 선생님이나

사회속에서 만난 선배들이 가르쳐 주고자 하는 것들의

속 뜻을 바로 바로 통감 할 수 있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말을 해 주신 분의 나이가 되었을 때,

왜 그런말을 해 주셨는지 깨닫게 되어

감사하는 마음을 돌이켜 생각하게 되지만

“너무 늦게 알았어..”하는 아쉬움을 갖고 사는 게 인생인 듯 합니다.

 

제가 어느덧

그 때의 “우대리님” 나이가 되어서야

뒤늦게 닭도리탕 만드는 법을 이해 할 수 있게 된 것 처럼 말이죠.

 

정말 별 거 아닌

사실 밖에서 2만원 내외로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요즘도

빨간 윤기를 뽑내며 보글 끓고 있는 닭도리탕으로 볼 때마다

 

 

그 기억이 새삼 떠오르곤 합니다.

 

20302583

 

 

그 기억을 삶의 거울로 거창하게 해석하지 않더라도

닭도리탕을 통해 얻은 생각 자체로

역시

선배는 선배구나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가르침이 있고

전달 하고자 하는 의미 있다는 것에는

부모고 스승이고 선배고..모두 같다 생각.

불연듯

“두목과 스승과 부모는 하나다 ” 는 의미의 “두사부일체”라는 옛날 영화가 떠오르네요.

(문맥상 두목을 선배로 해석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월 입니다.

일명 감사의 달이죠.

부모에게, 스승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기념일까지 정해져 있습니다만

 

아침 부터 늦은 저녁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에게 교훈과 가르침을 주는 우리 350여 KB데이타시스템 직원 모두가

서로에게 감사받기 부족함이 없는 존재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됩니다.

 

말로 표현하면 너무 쑥스러우니

마음으로 라도

내 옆에 있는 동료, 선후배에게 감사인사를 건네 보시길 권면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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